
2025년 1월. 대학 4년의 끝에서 나는 13월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모두가 새해를 시작하며 나아갈 때, 나만 홀로 멈춰 다음 해로 넘어가지 못하는 달. 20대 후반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계획했던 미래는 희미해지고 손에 잡히는 것은 불확실함 뿐이었다.
졸업을 앞두고 안산의 한 스타트업에서 프론트엔드 개발자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다.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얻은 기회였기에, 안정적인 길로 들어설 수도 있었다. 평범하게 직장인으로의 첫발을 내디딜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합격의 기쁨도 잠시, 우연히 현직 개발자와 나눈 이야기가 생각의 방향을 틀었다. '그래서 너는 지금 뭘 할 수 있는데?'라는 질문 앞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나를 발견했다. 화려한 기술 이름들을 나열하는 것과, 그것을 실제로 이해하고 사용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처음으로 내가 가진 것과 가지지 못한 것을 냉정하게 구분하기 시작했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회사원'이라는 명함이 아니라, 제대로 된 개발자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당장의 안정보다는 성장의 가능성을 택하고 싶었다. 그래서 합격을 포기하고, 비슷한 고민을 하던 친구들과 함께 맨땅에 헤딩하기로 했다. 우리가 가장 빠르게 배우고, 가장 많이 실패할 수 있는 곳으로.
물론 이 선택이 정답이라고 말할 자신은 없다. 매일같이 실력의 한계를 마주하고, 막막함에 부딪힌다. 하지만 적어도 이제는 나의 부족함을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했다. 모르는 것을 인정하는 용기 또한 개발자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나의 13월은 '포기'가 아닌 '선택'으로 마무리되었다. 어제의 나보다 조금 더 나은 개발자가 되어가는 과정, 그 자체에 집중하려 한다.